2008년 08월 04일
계절이 향기를 잃어가는 것 같아.
내가 8월에 (스웨덴 산) 딸기를 먹다니.
지난 주말, 보슬비 내리는 들판으로 드라이브 가던 우리는 길가에서 스웨덴 산 딸기를 파는 소녀를 보고 멈추어 1리터짜리 딸기를 샀다. 스웨덴에서 딸기는 하지 때가 가까워 지면 살 수 있는 여름 음식이다. 예전에는 정말 한달 정도 살 수 있는 그런 과일이었는데, 요즘에는 수입하는 딸기도 많고, 또 유럽에서 다른 종의 딸기를 수입 재배해서 8월에도 스웨덴 산 딸기를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어쩐지 좋기만 하지는 않다.
기억하는 지, 내가 어렸을 때 계절이 바뀌면 향기도 바뀌었다.
봄이 오면 온 거리가 딸기 냄새를 풍겼다. 봄의 끝자락이 되면 수퍼 마켓이란 단어가 아직 생소할 때 정말 말 그대로 구멍가게 모양 이었던 우리 동네 구멍가게에서 거의 뭉그러져 그대로는 먹을 수 없었던 자잘한 딸기를 사다 엄마는 쨈을 만드셨다. 그러면 온 집안이 못견디게 달콤한 향기로 딸기잼을 채운 병들만큼 꽉 채워졌다.
딸기가 사라지면 수박, 참외, 복숭아들의 향내가 밀려왔다. 먹을 수는 있으나 껍질을 만질 수 없었던 참 편리한 알레르기를 가진 동생이 언니 복숭아 먹고 싶어 라고 외치면 두개의 복숭아를 꺼냈다. 그 두개만으로도 황도의 향기가 달짝지근하게 살짝 끈적거리게 마루에 배이곤 했다.
아 가을은 어떤가, 저녁 먹고 나서 소화제로 먹던 배, 껍질을 가늘고 길게 깍으시는 엄마는 생각 안하고 접시에 놓이기가 무섭게 사라지던 사과와 큰 솥에 삶아지던 밤들.
겨울이 되면 얼음처럼 차갑게 자잘한 귤들을 먹으며 서로 누구의 손바닥이 더 노래졌나를 비교해 보곤 했는데.
요즘 슈퍼에 가면 계절 과일이란 말은 거의 의미가 없어진 듯 하다. 사과도, 귤도, 천도복숭아도, 모두 사시 사철 먹을 수 있다.
그리고 특히 여기선 과일 들이 향기를 잃어가고 있다. 너무 일찍 미리 수확되어서 저 바다 멀리서 온 과일들은 어떤 때는 먹어도 먹어도 이게 무슨 맛인가 싶기도 하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새로운 과일 냄새가 나면 계절이 바뀐 걸 깨닫고 일년동안 기다리던 과일들을 먹곤 했는데.
기다려야 하는 것도 괜찮다. 기다림은 매년 일어나는 일들을 매번 새롭게 했다.
어쩐지 좋아하는 과일을 먹기 위해 계절을 기다릴 필요 없는 지금이 그렇게 좋기만 하지는 않다.
# by | 2008/08/04 18:01 | 생활속의 단편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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